마벨 맞춤 AI칩 200억 달러, 삼전·하닉엔 HBM 손님이 는다
마벨이 2026년 10월 6일(미국 시간) 투자자의 날에서 2028 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약 200억 달러로 올렸다. 맞춤형 AI칩(ASIC) 붐을 숫자로 못 박은 것이다. 우리는 이 흐름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악재가 아니라 HBM 손님이 늘어나는 호재로 본다.
맞춤칩도 엔비디아 GPU처럼 HBM을 쌓아 쓴다. 그 HBM은 한국 두 회사가 판다. 그중 가장 가까운 자리는 구글 TPU용 HBM을 작년 60% 넘게 댄 삼성전자다.
마벨이 어제 뭘 발표했길래 7%나 올랐나?
마벨은 10월 6일 2028 회계연도 매출 전망을 약 200억 달러로 제시했다. LSEG가 모은 시장 예상치는 182억 달러였다. 눈높이보다 한 계단 위의 숫자를 회사가 직접 내놓은 셈이다. 주가는 발표 뒤 장 초반 약 7% 올랐다.
더 멀리 본 숫자도 있다. 마벨은 2031 회계연도 매출 목표를 700억~900억 달러로 잡았다. 중간값 기준으로 그중 맞춤형 컴퓨팅만 약 300억 달러다. 맞춤칩 하나로 지금 회사 전체 전망을 넘는 그림을 그린 것이다.
같은 날 경쟁사 브로드컴도 약 4% 올랐다. 회사 하나의 호재였다면 경쟁사는 빠지는 게 보통이다. 둘이 같이 올랐다는 건 시장이 '맞춤칩 진영' 전체의 물량이 커진다고 읽었다는 뜻이다.
어젯밤 미국에서 오른 건 마벨 한 종목이 아니라 맞춤 AI칩이라는 시장 전체다. 그 시장의 칩 하나하나에 HBM이 들어간다.
맞춤 AI칩(ASIC)이 뭐고, 빅테크는 왜 직접 만드나?
맞춤 AI칩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가 자기 서비스에 맞춰 설계하는 칩이다. 누구에게나 파는 엔비디아 GPU와 달리, 자기 데이터센터의 일을 가장 싸고 빠르게 하도록 만든다. 설계는 빅테크가 하고, 마벨·브로드컴이 실제 칩으로 완성해 준다.
로이터는 마벨 맞춤칩 사업의 성장 동력을 빅테크의 '엔비디아 의존 줄이기'로 짚었다. 비싼 GPU를 줄 서서 사는 대신, 자기 칩으로 원가와 공급을 직접 쥐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큰돈을 걸었다. 구글은 TPU용 맞춤칩 계약을 마벨과 넓히면서 마벨 주식을 살 수 있는 워런트를 받았다. 2033 회계연도까지 최대 1,200억 달러 규모 매출에 연동된 구조로, 다 행사하면 약 122억 달러어치다. 칩을 많이 살수록 마벨 지분을 더 받는다. 8월 18일 미국 공시로 나온 내용이다.
이 계약이 말하는 건 하나다. 구글은 TPU를 몇 년에 걸쳐 크게 늘릴 생각이고, 그걸 계약서로 묶어 뒀다.
엔비디아가 덜 팔리면 하닉 HBM도 덜 팔리는 것 아닌가?
아니다. 맞춤칩도 HBM을 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AI칩 '마이아 200'에는 36GB짜리 12단 HBM3E가 6개 들어간다. 모두 216GB다. 이 HBM은 SK하이닉스가 혼자 공급한다. 엔비디아 칩이 아니어도 하닉 HBM은 실려 나간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은 D램을 여러 층 쌓아 AI칩 바로 옆에 붙이는 메모리다. AI 모델이 클수록 칩이 한 번에 꺼내 쓸 데이터가 많아진다. 그래서 칩을 누가 설계하든 HBM 없이는 AI 연산이 돌지 않는다. GPU든 맞춤칩이든 HBM 입장에선 모두 손님이다.
늘어나는 속도는 오히려 맞춤칩 쪽이 빠르다. 골드만삭스가 작년 7월 내놓은 전망에서 올해 HBM 수요는 GPU용이 23%, ASIC용이 82% 늘어난다. ASIC 비중은 전체의 33%가 된다. 맞춤칩용 증가율이 GPU용의 세 배를 넘는다.
엔비디아 몫이 줄고 맞춤칩 몫이 커져도 HBM 파이는 줄지 않는다. HBM을 사 가는 손님이 한 명에서 여러 명으로 늘 뿐이다.
손님이 여럿이면 파는 쪽이 유리하다. 엔비디아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마벨·브로드컴을 거쳐 들어오는 다른 빅테크까지 손님 명단이 길어진다. 그러면 HBM은 한 회사의 부품이 아니라 AI 인프라 전체의 필수품이 된다.
그럼 삼전과 하닉 중 누가 더 덕을 보나?
HBM 전체 판에선 아직 하닉이 앞선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초 2026년 HBM4 점유율을 SK하이닉스 54%, 삼성전자 28%로 전망했다. 전체 판에서는 하닉이 1등이고 삼전이 뒤를 쫓는 모양이다.
그런데 맞춤칩 판으로 좁히면 순서가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작년 브로드컴을 통해 구글에 공급된 HBM 물량의 60% 이상을 맡았다. 상반기엔 하닉이 앞섰지만 하반기에 뒤집었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현재 구글이 쓰는 HBM의 80%를 삼전이 대는 것으로 추정했다.
구글은 마벨과 1,200억 달러 규모 계약까지 묶으며 TPU를 늘리고 있다. 그 TPU의 HBM 대부분을 삼전이 댄다. 맞춤칩 진영이 오른 어젯밤 뉴스가 한국에서 가장 직접 닿는 곳을 삼전으로 보는 이유다.
HBM 1등 경쟁에선 하닉이 앞서지만, 맞춤칩이라는 새 판에선 삼전이 구글이라는 큰 손님을 쥐고 있다. 이번 뉴스는 2등 삼전에게 더 큰 판을 연다.
하닉도 빠지는 쪽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이아 200의 HBM을 혼자 대고 있다. 엔비디아가 잘 팔리면 하닉이 웃고, 맞춤칩이 커지면 삼전과 하닉이 같이 웃는다. 어느 쪽으로 가도 HBM을 파는 한국 두 회사가 판 밖으로 밀려나는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삼전 HBM은 어떤 길로 구글 TPU에 들어가나?
구글 TPU에 들어가는 삼성전자 HBM은 브로드컴을 거친다. 구글이 설계한 칩을 브로드컴이 실제 칩으로 완성하고, 그 칩에 삼전 HBM이 붙어 구글로 간다. 작년 삼전이 구글 HBM의 60% 이상을 맡았다는 것도 브로드컴을 통한 물량 기준이다.
그래서 어젯밤 브로드컴이 4% 오른 건 남의 집 일이 아니다. 시장이 브로드컴 주가에 얹은 건 맞춤칩 물량이 늘어난다는 기대다. 그 물량에 붙는 HBM의 대부분은 삼전 공장에서 나온다.
마벨 쪽 길도 구글 TPU로 이어진다. 구글이 TPU용 맞춤칩을 마벨과도 넓히고 있으니, TPU가 늘어나는 길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TPU가 늘면 거기 들어갈 HBM도 는다. 구글 HBM의 80%가 삼전 몫이라는 KB증권 추정대로라면, 그 증가분이 가장 먼저 닿는 곳도 삼전이다.
HBM 전체 판에서 삼전은 뒤쫓는 쪽이다. 맞춤칩 판에선 출발선이 다르다. 구글이라는 큰 손님을 이미 쥔 채로 판이 커지는 걸 맞는다.
삼전 HBM이 구글로 가는 길목이 브로드컴이다. 어젯밤 브로드컴 주가에 실린 기대는 삼전 HBM 물량에 실린 기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는 왜 삼전·하닉만 빠졌나?
10월 6일 삼성전자는 1.45%, SK하이닉스는 3.69% 내렸다.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5,667억 원, SK하이닉스를 1조 406억 원어치 팔았다. 두 종목에서만 약 1.6조 원이 빠졌다.
순서를 보면 그림이 선명하다. 한국 장은 마벨 발표보다 먼저 끝났다. 낮에는 외국인이 금리 부담 속에 큰 두 종목을 덜어 냈다. 밤에는 미국에서 그 HBM을 사 가는 칩 회사들이 올랐다. HBM을 파는 쪽과 사 가는 쪽의 주가가 하루 사이 정반대로 움직였다.
어제 빠진 건 수급이고, 밤사이 확인된 건 수요다. 우리는 외국인이 판 두 종목이 이번 맞춤칩 뉴스의 HBM 공급사라는 점을 더 무겁게 본다.
이게 내 계좌에는 언제 보이나?
첫 무대는 내일이다. 삼성전자는 10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에프앤가이드가 모은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예상치)는 영업이익 108.1조 원이다.
잠정실적은 숫자만 나온다. 이달 말 컨퍼런스콜에서는 HBM 고객이 어디로 넓어지는지, HBM4 출하가 어떻게 가는지 회사의 말이 나온다. 맞춤칩 고객 이야기가 실적 자리에서 나오는 순간, 어젯밤 미국 이야기가 한국 두 종목의 이야기가 된다.
엔비디아 대신 맞춤칩이 커진다는 뉴스는 HBM 손님이 늘어난다는 뉴스다. 그 손님 중 구글 자리에 삼전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자리에 하닉이 있다. 맞춤칩 붐은 엔비디아의 고민이지 삼전·하닉의 고민이 아니다.
엔비디아 독주가 깨진다는 뉴스, 여러분 계좌의 삼전·하닉에겐 겁나는 소식이었나, 반가운 소식이었나?
자주 묻는 질문
맞춤형 AI칩(ASIC)과 엔비디아 GPU는 뭐가 다른가?
GPU는 누구에게나 파는 범용 AI칩이고, 맞춤칩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가 자기 서비스에 맞춰 설계한 칩이다. 마벨·브로드컴이 이 설계를 실제 칩으로 완성해 준다. 둘 다 HBM을 쓴다.
마벨 2028 회계연도 매출 전망은 얼마인가?
마벨은 2026년 10월 6일 투자자의 날에서 약 200억 달러를 제시했다. LSEG 집계 시장 예상치 182억 달러를 웃돈다. 2031 회계연도 목표는 700억~900억 달러다.
구글 TPU에 들어가는 HBM은 누가 공급하나?
삼성전자가 2025년 브로드컴을 통해 구글에 공급된 HBM의 60% 이상을 맡았다. KB증권은 올해 3분기 현재 구글이 쓰는 HBM의 80%를 삼전이 대는 것으로 추정했다.
브로드컴과 삼성전자는 무슨 관계인가?
브로드컴은 구글 TPU를 실제 칩으로 완성하는 회사다. 삼성전자 HBM은 브로드컴을 거쳐 구글 TPU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맞춤칩 붐에서 소외되나?
아니다.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 맞춤칩 마이아 200에 HBM3E를 단독 공급한다. 칩 하나에 12단 HBM3E 6개, 216GB가 들어간다.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은 언제 나오나?
2026년 10월 8일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영업이익은 108.1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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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 Reuters(KSL) · Marvell raises 2028 revenue forecast on strong AI data center demand
- Investing.com · 마벨 테크놀로지 주가, 야심찬 투자자의 날 목표 발표 후 급등
- Reuters(Yahoo Finance) · Marvell gives Google option to buy $12.2 billion stake in custom AI chip deal
- SEC · Marvell Technology Form 8-K (2026-08-18)
- 디일렉 · SK하이닉스, MS 마이아 200에 HBM3E 단독 공급
- TrendForce · HBM Demand from ASICs Reportedly to Surge 80% i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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